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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사진 2017. 11. 21. 20:42

[러시아/몽골 여행일기] 바이칼 2일째



7시 15분 기상. 10월초인데도 날씨가 꽤 춥다. 영하 3도정도 되는듯. 수도꼭지가 고장나서 바가지로 물을 퍼서 씻는데 너무 힘들다. 수도꼭지의 감사함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동네다.


어제 예약한 알혼섬 북부투어 차가 오늘 8시 55분에 출발한단다. 이것저것 투어준비를 끝내고 시계를 보니 7시45분. 간단히 후지르 주변을 산책하고 8시 반쯤 니키타하우스 앞으로 갔다. 


후지르의 아침. 일출이 생각보다 이르다. 한 6시정도에 해가 뜨는듯


투어를 예약한 사람들이 꽤 많은지 니키타 하우스 앞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는데 그 중 90%는 중국인인듯 싶다. 중국인들 사이에 한아씨도 먼저와서 기다리고있었다. 한아씨가 초코파이 느낌이 나는 러시아 비스킷을 좀 줘서 그걸로 대충 아침을 떼우고 기다리고 있는데 50분 경 푸르공이라고 부르는 러시아제 4륜구동 승합차가 도착했다. 이걸 타고 투어를 하나보다.

가이드는 별도로 없고 영어 한마디 못하는 기사아저씨가 가이드까지 다 하는듯. 우리 투어차량에는 나하고 한아씨, 그리고 한국계 미국인 여자분과 남편 내지는 애인같아 보이는 미국인 남자분, 대만 여자 2, 중국인 남자 1, 중국인 여자 3명 이렇게 총 10명을 10인승 차에 꽉꽉 태워서 출발했다.

알혼섬에는 포장도로라고는 눈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어딜가든 다 비포장도로. 나름 도로정비를 하는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패이고 큰 돌이 굴러다니고 도로상태가 장난아니다. 특히 북부투어 가는 길은 50cm 이상 움푹 패인 구덩이가 도로 여기저기 널려있다. 그나마 다행인건 푸르공이 그나마 서스펜션이 좋은지 알혼섬 들어올 때 탄 스타랙스보다는 덜 흔들린다는점. 생긴건 좀 구리게 생겼는데 승차감은 나름 괜찮았다.

 

푸르공 안에서 찍은 푸르공 모습. 크기는 우리나라 다마스보다 조금 큰 8~90년대 봉고차 느낌인데 4륜구동이라 그런지 힘이 장난아니다. 군용으로 써도 될듯 ㄷㄷ


처음 방문한 곳은 구글맵에 Мыс Харалдай이라고 써있는 곶에 왔다. 어딘지 물어보고싶어도 기사아저씨가 영어를 몰라서 못물어봄.ㅠㅠ 느낌은 티비에서 보던 스코틀랜드 하이랜드같은 분위기랄까. 엄청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었는데 아쉽게도 내가 똥손이라서 그런지 사진찍은건 그때 그느낌이 안난다.


멀리 곶하고 섬이 보인다. 저기까지 가서 사진찍고 싶었지만 20분 후에 출발한다고 해서 아쉽게도 패스.


간단히 포토타임을 20분 가지고 다시 또 푸르공을 타고 출발. 한 15여분을 달려 우리나라 해수욕장 느낌이 나는 곳에 도착했다. 한아씨랑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경포대 갈걸', '여긴 정동진이랑 비슷하네' 같은 농담을 주고받았다.


해수욕장 같이 생긴 모래사장 한가운데 나무와 돌로 만든 구조물이 일렬로 나열되어있다. 제단같은 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다른 중국사람들이 저기에서 사진을 많이 찍고있었음.


역시 이곳에서도 간단히 2~30분정도 포토타임을 갖고 다시 출발해서 3번째로 도착한 곳은 구글맵에 Мыс Нюрганский라고 나오는 절벽으로 이루어진 곶이었다. 


완전 깎아지른 듯한 절벽인데 중국관광객들 겁없이 막 올라가서 사진찍고 있음 ㅋㅋ



절벽 장난없다. 우리 기사아저씨는 영어 못하는줄 알았는데 처음으로 영어했음, 조심하라고 ㅋㅋ



푸르공이 은근히 이동네 풍경이랑 잘어울린다. 한아씨가 네셔널지오그래픽에서 볼법한 탐험가 느낌나는 사진찍자고 해서 푸르공 배경으로 계속 서로 사진찍어줌.ㅎ


네번째로 도착한 곳은 섬의 최북단이었다. 이곳에서 3~40분 후에 밥을 먹을테니 놀다오라고 아저씨가 얘기해주심. 처음에는 아저씨 아무말도 안해서 영어 못하는줄 알았는데 은근히 잘한다. 나보다 잘하는듯 ㅠㅠ


내려서 주변을 둘러봤는데 이번엔 설악산 같은 풍경이다. 아까전엔 경포대 이번엔 설악산 ㅋㅋ 사진찍은것들도 보면 죄다 설악산 바위에 앉아 찍은 사진느낌ㅋ


이곳에서 한국인 단체관광객들을 만났다. 대형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다들 들고계신걸 보니 아마 사진동호회에서 단체로 오신듯. 한국말로 안내해주시는 가이드아가씨가 있어서 설명 들으려고 몰래 막 따라다녔다. 간단하게 바이칼과 알혼섬의 역사, 지리 등을 설명해주셨다. 근데 그분들 따라다니다가 우리 기사아저씨가 어디에 있는지를 까먹음ㅋ


단체관광객이 자리잡은 캠핑장. 여기서 기사아저씨가 어디있는지 몰라 한참을 헤맴 ㅠㅠ


배는 고프고 밥먹을 시간은 다되어가는데 한참을 그 단체관광객들 사이에서 헤매다가, 그분들 밥먹는 모습 구경만 하며 아저씨를 애타게 찾음 ㅠㅠ 그렇게 한 20분 헤매다가 우리랑 같은차를 타고 온 타이완 아가씨 두명을 발견해서 한아씨와 함께 쫄쫄 따라갔다. 

기사아저씨를 못찾을만도 한게 완전 구석에 자리잡고 계셨음. 거기서 오물이라고 하는 바이칼 물고기로 스프를 끓여 주셨는데 오물이란 녀석이 민물고기인데도 불구하고 하나도 안비리고 오히려 우럭 느낌의 바닷물고기 맛이 난다. 완전 맛있어서 생선은 별로 안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세그릇 먹음. 타이완 아가씨들은 냄비 바닥까지 긁어가더라 ㅋ


오물스프가 메인이고 두꺼운 치즈가 들어있는 샌드위치도 주셨음. 빵은 좀 푸석푸석한데 안에 들어있는 치즈가 완전 맛있다. 후식으로는 홍차와 이가 바로 썩어버릴듯한 느낌이 날 정도로 엄청 단 비스킷을 주심.


간단히 점심을 먹고 출발해 5번째로 도착한 곳은 바위가 있는 해변. 아저씨가 바위모양이 하트라고 알려주셨다. 하트모양과 엄청 똑같진 않더라도 얼추 비슷한 모양의 바위가 멀리 보인다. 근데 전부 비슷한 풍경이라 그런지 다들 시큰둥함.ㅋ 여기서 점프샷 몇방 찍고 다시 출발.


6번째로 간 곳은 구글 지도상에 Узур라고 적혀있는 러시아 시골마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해변이었다. 특이한건 소 한마리가 깁스를 하고 있었음.


살다살다 깁스를 한 소는 처음봤음 ㅋㅋ 

나중에 숙소에 와서 여긴 뭐하는데지? 하고 검색해봤는데 성수기때는 여기서 승마체험같은것도 하고 그런데인듯 싶다. 지금은 비수기라서 그런지 사람이 없다.


이렇게 7시간의 알혼섬 북부투어를 마치고 다시 후지르 마을로 복귀하는데 가는길에 경찰이 검문? 비슷한걸 하고있었다. 무슨 사고라도 났나? 하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아저씨가 우리 기사아저씨를 끌고감ㅋ 엌ㅋㅋ

경찰이 기사아저씨를 데리고 스타렉스처럼 생긴 승합차에 감금하더니만 거의 한시간 지나서야 풀려나심ㅠㅠㅋㅋ 뒤에 타고있던 우리들은 무슨일이 생긴건지도 모르고 한참을 어리둥절한 상태로 기다리고만 있었음. 

다른 관광객을 태운 푸르공은 한 5분정도만 대기하다가 가는데 비해 우리차와 다른 푸르공 딱 두대만이 한시간 가까이 아저씨가 감금되어있었다. 아저씨 표정이 심상치않아서 따로 물어보진 않았는데 국립공원 입장 관련 퍼밋문제같은게 있었나보다. 아니면 허가받은 기사만 가이드를 할 수 있는데 아저씨는 불법으로 가이드를 한것일수도 있고..

원래는 4시쯤에 후지르 도착인데 우여곡절 끝에 거의 5시가 다되어서야 후지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르쿠츠크 행 버스티켓!! 그냥 시내버스 잡아타듯이 따로 예약안하고 가려했는데 예약하는게 좋을거같다고 한아씨가 말해줘서 예약! 가격은 올때보다 50루블 싼 750루블.


내일 다시 이르쿠츠크로 가야해서 니키타 하우스에서 버스를 예약하고 나왔더니 5시 반. 6시 반에 한아씨와 같이 저녁먹기로 약속하고 남는시간에 간단히 씻은 후, 일몰도 볼겸 부르한 바위로 산책을 갔다. 노을은 이쁜데 바람이 장난아니게 불어서 후다닥 다시 들어옴ㅋ



저녁먹기 전 잠깐 마트에 가서 보드카 한병이랑 전통술이라고 쓰여있는 라이스맥주 한병(아마 중국에서 만든거인듯), Lays 감자칩 한봉다리, 아침에 먹을 쿠키를 하나 샀다.

한아씨와 한참을 돌아다니며 밥먹을 곳을 찾는데 아무리 비수기라지만 정말 밥먹을데가 없다 ㅠㅠ 간신히 카페 알혼이라고 쓰여있는 조그마한 카페를 발견해서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맛집인가?ㅎㅎ



30분동안 기다려서 오물과 치즈가 들어간 큰 만두튀김같은거, 그리고 맥주 두병과 샐러드 섭취ㅎ 오물은 후라이드를 시켰더니 고등어튀김같이 나왔는데 보기와는 다르게 완전 꿀맛ㅋ 내장도 맛있음ㅠㅠㅋㅋ


밥을 다 먹고 잠깐 숙소에 들어가서 쉰 뒤, 몽골만큼이나 이동네도 별이 많이 뜨기로 유명해서 별 사진을 찍으려고 나왔는데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별이 많이 안보인다 ㅠㅠ 그래도 몇장 찍었는데 그중에 한장 건짐 :)




한아씨는 일정때문에 하루 더 후지르에 머물고 모레 이르쿠츠크로 가서 한국으로 다시 간다고 했다.

1박2일의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작별인사를 하고 숙소로 다시들어와서 취침.



3일차 총 경비.

알혼 국립공원 입장료 - 100루블(\2,000)

이르쿠츠크 행 버스티켓 - 750루블(\15,000)

보드카 1병 - 200루블(\4,000)

라이스맥주 1병 - 70루블(\1,400)

감자칩 1봉 - 30루블(\600)

쿠키 1개 - 25루블(\500)

물 2L 1병 - 20루블(\400)

저녁식사 - 300루블(\6,000)

합계 \29,900